몽환(夢幻)이 '그냥 꿈이 아니라.'는 소리에 참-
(어쩌면 이건 그냥 과도한 '맨스플레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듣자니 좀 화가 나서. 사실 지금 굉장히 참고 쓴다는 걸 밝혀둔다.)
'몽환(夢幻)'과 '꿈'이 다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목격했다. 한국학 및 동양학 전공자 - 정확히는 문학이 아니라 사학 전공이긴 하지만 - 의 관점에서 보면 드는 생각이 딱 이거다.
"아이고 의미없다."
'몽환'을 글자 그대로 풀면 '꿈'과 '환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꿈과 환상'인 몽환과 '꿈' 그 자체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꿈'과 '환상'은 각각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헛것'이다. 물론 뉘앙스는 좀 다르다.
'몽'은 기본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것'(夢, 不朙也.)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좀 더 정확히는 '흐릿해서 식별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것이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자면서 겪는 일', 정확히는 '잠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흐릿해 분별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쪽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사실 문자학적으로 보면 이 글자는 '밤'과 '어두움'을 의미하는 한자 두개가 합쳐진 것이기도 하다.) 1 2
반면 '환(幻)'은 '서로 속여서 의혹하게 하는 것.'(相詐惑也.)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문자학적으로는 '予'를 거꾸로한 모양을 본 뜬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에 '변화'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즉 사람에게 속임수를 '보여서' 사실을 '왜곡'하고, '분별할 수 없는 상태'로 이끌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환'이다.
'흐릿한 상태'인지, 아니면 '명확한 상태'인지에 대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둘은 '분별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의미를 확대하면 그 자체로 '실재하지 않는 허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동양에서 '꿈'을 의미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재하지 않는 허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의미'의 부여는 비단 '실재'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허상'의 영역에도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령 '보이지 않는 자연 현상의 막후'에 대한 의미 부여 쯤은 되겠지. 여하간- 결론을 말하자면, '꿈'이라는 현상은 실재할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은 결국 '실체로 식별 가능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3
그러니까-
'몽환'과 '꿈'이 별개라서 '꿈'에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어불 성설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