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지금도 약간의 '아이돌 까' 성향을 보유하고 있다. 빅스 팬이라고 해서 아이돌에 대해서 완벽하게 전향적인 태도를 갖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지나칠 정도로 기계적인 부분도 있고, '노래' 보다는 뭔가 다른 것 - 복근, 얼굴 등등 - 으로 자신들의 무대를 부각하려는 태도도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싫은건 그들의 팬덤.


  내가 언젠가 김광석 팬클럽의 정모에 나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진짜 김광석의 침을 맞아가면서 - 광석이 형 曰 "제가 좀 노래 하다 보면 파편이 튀거든요?^^" - 그와 함께 공연장에서 호흡해봤던 세대의 사람들끼리 그와 엮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발언도 나온 적이 있다.


  "아, 그 우리 형은 참 노래 좋은데 가끔 삑사리가..."

  "그치. 가끔 놀란다니까 지금도 듣다보면."


  자,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러는 너는 우리 오빠보다/우리 누나보다 노래 잘하냐?"


  이런 이야기도 나온 적이 있다.


  "우리 형은 거- 웃을 때 너무 바보 같이 웃어. 키도 작고."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나온다면?


  "너는 얼마나 이쁘고 잘생겼고 키가 크길래?"


  '애정'하는 마음이야 '팬'이라면 누가 없을까? 그런데 이 팬덤에서 자신들의 '아이돌'을 까면 돌아 오는 반응은 좀 살벌했다고 해야 하나. '우리 오빠' 혹은 '우리 누나'를 까면 뭔가 그 깐 자를 대하는 방식이 파쇼들이 반파쇼 분자를 대하는 방식이 생각난다. 무슨 소리냐면, 북한 같다고. 김부자 욕하면 '감히 우리 위대한 수령님을' 하고 덤벼대는 거하고 같아 보인다고. 거의 신성 불가침의 영역에 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데뷔 년차가 좀 된 사람들은 안그런 듯 한데 요 5~6년 새에 데뷔한 아이돌 팬덤은 꼭 그런 게 없잖아 있는 것 같다. 공격적이고, '내 가수 제일'이고.


  몇년 전에 마왕이 '쇼바이벌'이라는 비운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와서 말했던


  "여기 오신 분들은 우리 오빠한테만 응원보내고 그런 분들이 아니니까" 운운.


  하는 대사가 생각났다. 아이돌 팬덤은 '우리 오빠만' '우리 누나만'이라는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드러나 보인다.


  26일, 인가에서 빅스가 1위 하고 학연이가 소감 말하는데 웬 알록달록한 머리 한 녀석이 뒤에서 굉장히 잔망을 떨더라. 난 솔직히 "재는 뭐냐." 하고 그냥 넘겼는데 팬덤 사이에 난리가 났다며. 옛날에 속칭 '3대 락밴드'가 모여서 공연할 때 팬덤끼리 긴장타고, 남진/나훈아가 천하를 이분하던 시절에 팬들끼리 쌈박질 난건 그냥 옛날 이야기고만 지금 하는 짓들 보면 그때 욕먹었던 팬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모든 팬들이 평론가일 필요는 없다.


  근데 최소한 '내 연예인이 소중하면 남의 연예인도 소중하다.'라는 것 정도는 알라고. 그냥 '기분 나빴다.' 정도만 표명해도 충분할 일을 왜 직맨에 인신공격에 더 나아가서 팬들끼리 치고받고 물고 뜯냐고. 내가 이래서 아이돌을 싫어한다니까. 네들이 무슨 파쇼냐?


  에이, 기분 좋다가 잡치네 그냥.

Posted by 蝟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