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레오 생일 기념이라고 정레오 포스팅을 하는거냐면 그건 아니고, 그낭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 진행형으로도 그러한 '음덕'(그냥 음악덕후, 락덕이니 클덕이니 하기에는 내가 듣는 음악의 장르가 너무 많아.) 으로써의 정체성을 잃을까봐서 쓰는 잡설.(헛소리)
20세기의 '거장'으로 불리는 지휘자 가운데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 1930~2004)라는 사람이 있다. 독일 출신이지만 나치의 음악 정책에 반대한 에리히 클라이버(Erich Kleiber, 1890~1956)의 아르헨티나 망명으로 독일식 이름인 '카를'에서 스페인식 이름인 '카를로스'로 개명하게 된 인물이다. 반(反) 카라얀이 대세가 된 한국에서는 한 때 카라얀의 위상에 필적할만한 지휘자로 꼽히기도 했고 1 이래저래 사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굉장한 대접을 받고 있는 지휘자다. 2
클라이버는 이렇게 생겼다.(출처 : http://www.culturalmenteincorrecto.com/) 지휘 할 때의 모습인데, 지휘할 때 온갖 포스를 다 부리는 아래의 이분과 비교하면 참 흥겨워 보인다.
1977년,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현 '베를린 필하모니커') 송년 음악회 실황 영상 中.
카라얀이다. 관현악 연주에서는 눈을 지긋이 감고, 마치 도취가 된 것마냥, 혹은 구도하는 사람 마냥 지휘를 한다. 키도 작은 사람이 (여권 같은 자료에는 170cm 대라고 하는데 목격담에 의하면 160cm 대라고 한다.) 늘 오케스트라를 내려다 보듯이 지휘를 한다. 무대 하는 내내 어떻게 된게 웃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클라이버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클라이버는 정마 기뻐보인다. 단순히 사진만 그러하냐? 그게 아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4악장 연주를 하고 있는 암스테르담 콘체르토헤보우와 클라이버다. 초서체 지휘에 웃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보인다. 화질은 구리지만(...) 하여간 이렇게 웃는 지휘자다. 정말 음악을 즐기는 것 같고, 어찌 보면 소탈할 것도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이 양반은 극도의 '무대 울렁증'이 있던 사람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자기가 지휘하는 실화이 라디오로 생중계 된다고 하니까 겁먹고 구토하고 결국 보이콧 해버린 양반이다. 연습 개같이 굴려놓고 정작 스스로 겁먹고 보이콧하는 것이 거의 '전매 특허'가 되어버린 사람이다. 물론 아예 무대 위에 올라가기 싫어할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심했던 글랜 굴드 같은 사람과 비교하면 양반이지만 저렇게 무대 위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이 정작 무대 울렁증이라니? 아마 한국 같았으면 '희소 가치'가 아니라 까이기에 바빴을 거다. 어딜 감히.
하고싶지 않아도 성실하게 임하는 것은 미덕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기 싫은 것을 기피할 권리.' 혹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겁먹거나 소극적으으로 대응할 자유 의지(?)'가 있다. - 사실 후자는 권리라고 말할만한 것도 아니다. 그게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 요컨대 '아이돌'이라고 해서 '연예인'이라고 해서 무대가 아닌 다른 곳, 예능에서 활발하게 띵가띵가, 깔깔깔- 해야 한다-는 건 폭력이라는 거지. '대중 앞에 서려면 필연적으로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는게 좋다.'라고? 글쎄, 그렇게 따지면 1960년대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의 가수들 중 6~70%는 자격이 가수 자격, 아니 연예인 자격이 없는 것이 된다.
말이 되냐고? 당연히 안되지. 그러면서 왜 그걸 남한테 강요를 하느냐고 이 사람들아.
좀 억지스러운 비유이긴 하지만 나는 이 클라이버의 모습을 레오에게서 봤다.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일 자체가 어색하기도 하고, 무덤덤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불러야 할 노래에 녹아 있는 그 모습이 그랬다.(사실 난 과거에 그런 모습을 자아도취라고 맹비난 했었다. 도취 st.을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서투르게라도 그걸 자기 목소리로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레오가 그렇다.) 춤을 출 때에도 얼마나 적극 적인지, 또 가사에 따라서 춤 모션도 나름대로 바꿀 줄도 알고- 이런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은 아이돌이 레오였다.
레오에 관련된 글이지만, 그 동갑내기 친구 엔, 차학연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자. 과연 차학연은 '요즘 아이돌 같은 사람'일까? 글쎄, 난 그도 그렇지 않다고 본다. 1위를 할 때마다 울먹이는 것을 어떤 사람들은 '쿠크 심장'이네 혹은 '가식'이네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친구는 잘 웃고, 감정표현 잘하고 치대고 앵기고 하는게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거기에 무게감이 있다는 거다. 분명히 활달하고 여린 친구인데 그 미묘한 무게감. 난 그게 '진지함'에서 오는 무게감이라고 분석한다. 아쉽게도 동방신기를 포함해서 그 이후에 나온 아이돌 가수에게서 내가 그걸 느껴본 역사가 아예 없다. 엔은 언제나 열심히 호응하는 쪽이었고, 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 진지한 웃음과 노력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라비도 그렇고 홍빈도 그렇고 켄도 그렇고 혁도 그렇고. 아- 혁이는 좀 가벼워 보일때가 없지않아 있다. 그건 아마 나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일단 그 자세한 이야기는 패스하도록 하고. 어쨌거나 진지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아이돌이 빅스다. 내 눈에는. 그 '아이돌 답지 않음.'이 내가 '팬질'을, 심지어 '음지 문화'라는 '팬픽'까지도 써제낄 만큼 해대는 이유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택운이 예능 카메라 앞에서 소극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면 난 클라이버가 보인다. 사실 클라이버 정도면 정신병에 가까우니까 거기다 댈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기 분야 이외의 부분에서 어떠한 가면 - 가식 - 을 쓰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인달까? 그 '여과 없음'을 나는 응원하고 싶다. 게임만 하면 괴이할 정도로 승부욕을 부리는 모습도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의 그것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음.'의 단계에서 오는 평소의 모습일 것이다. 뭐냐고? 혼자있는 거 좋아하지만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부끄럼도 잘 타기도 하는 그런 모습. 카메라에 대고 활짝 웃고 과장된 호응을 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평소의 모습.
난 레오가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특별히 의식적으로 '여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다. 물론, 세간의 '눈'이라는게 폭력적이라서 '더러워서 피한다.'는 심산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아무리 봐도 그게 폭력인 것 같다는 거지.
예능에서 웃지 않고 활발하지 않다고 성실하지 않은 것-이라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우리나라 문화계에 만연한 그 '아부의 풍조'가 정덩화 된다는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난 궁금하다. 난 궁극적으로 저렇게 자기 분야 외의 부분에서 불필요한 가식을 부리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엄연히 그들의 분야 외에서도 '친절'하기를 강요하는 것일까? 결국 이 사회가 '과잉 친절을 강요하는 사회'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 '다른 모습'을 인정해 달라-는 그런 이야기다.
그 '다른 모습'이 왜 '다른가'에 대한 생각 한번 정도 한다고 해서 지구 멸망 안한다. 대한민국 안망한다. 당신들이 좋아하는 가수, 배우, AV 배우- 다 안망한다. 건재하다. 그러니 그 정도 '사려'는 해 보자는 얘기다.
여하간에 진단성 헛소리는 여기서 끝. 마지막은 별 하나 첫 모임의 '무대'에서, 자신의 팬을 향해 아낌없이 놀아주었다는 - 이라기 보다 내 눈에는 그 자리를 즐겼다고 분석되는 - 정레오의 영상으로 마무리.
-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 5번과 7번에서 만큼은 카라얀을 일찌감치 버리고 클라이버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음악이 제대로 소개되기 전에는 그야말로 '클래식 좀 듣는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청으로 꼽히던 카라얀의 베토벤 5번이 거짓말 조금 보태 거지 발싸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풍조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할 말은 많지만 여기는 빅스 팬페이지니까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다만 카라얀이 맞아서- 그렇게 생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반응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한다면 내가 이 현상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로 가장 정확한 설명이 되겠다. [본문으로]
- 그 외에 카라얀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지휘자로서는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꼽힌다. 재미있는것은 클라이버나 번스타인이나 카라얀의 기계체조식 지휘와는 달리 초서체 지휘를 바톤 테크닉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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