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몇마디 들어가기 전에 내 얘기를 한마디 하자면, 남들마냥 앨범 몇십장식 구매하면서도 팬싸던 공방이던 애들 실물 직접 볼 기회는 일 때문에 팬싸 기회는 알아서 포기해야 하는 나 같은 처지는 뭐 어떻게 살라고 저런 일에 박탈감을 느끼나. ㅡㅡ 물론 이건 내가 그들과 동성이라서 그들의 실물 영접에 생각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아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 여튼 더 깊은 이야기는 썩 도움이 될것 같지도 않아서 여기까지. 궁금하시면 댓글로 물어보시던가.)
연예인과 팬은, 특히 '아이돌 산업'에 있어서 '연예인과 팬'은 의사적(Pseudo) 연애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의사적 연애 관계'인 것에 대해서 왜 '의사적인가?'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고, 그 흔한 대답으로 '실제의 연애 관계가 아니니까.'라는 원론적 대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원론적인 대답일 뿐이다. 발전된 대답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래. 그를 확정된 1인이 연애의 대상으로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관념적 현상이다- 정도의 분석도 가능하겠다. 일리 있는 대답이고, 어쩌면 이런저런 말보다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분석을 하자면- 둘 다 답은 아니다.
연애 관계의 '관계적 정의'는 기본적으로 사귀는 두 사람 사이의 1대 1 대응을 모토로 하는 give&take 관계를 말한다. 그 매개가 '사랑'이던 아니면 상대에 대한 연민 or 동경이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의사적 연애관계'에서는 이 1대 1의 대응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의사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아이돌은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걸 소비·향유하는 쪽은 팬이다. 철저하게 '경제적 입장'에서 말한다면, 아이돌과 팬의 1대 1 대응은 여기서 완성이다. 물론 문화산업의 특성상 '이미지'를 생산하고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부가적으로 붙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팬들의 '환상'. 1 이 환상의 영역은 생산물인 곡과 무대, 연기 등의 컨텐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아이돌의 생활은 물론, 그 이면에 있을 사생활까지 투영되곤 한다. 2
여기서 팬들에게는 다시 두 갈래의 길이 생긴다. 하나는 그 '환상이 투영된 사생활'을 '소유'하려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환상이 투영된 사생활'을 '사실'로 믿는 것이다.(보는 입장에서는 '사실' 정도가 아니라 '진리'로 믿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중요한건 아이돌에게는 그 두 갈래의 길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두 갈래의 길로 인해 생긴 현상에 대한 '대응'은 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아이돌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여기를 넘어서면 각각의 팬 개개인에게로 넘어가게 되니까.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길'이란 아이돌에 대한 팬의 '관념'이 지나치게 '극대화 되는' 과정인 셈이다.
전자는 흔히 이야기되는 '사생'이고 후자는 이번 일의 '자칭 피해자'들이다.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두 경우는 모두 '관념의 극대화'가 빚어낸 결과물들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의사적 연애관계'를 '현실'로 착각하고 본인의 투자가 모두 1대 1로 대응되길 바라는 행위인 것이다. 3
물론 이번 사건이 단순히 그런 관념 문제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념의 틀에서 '문제가 될만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고, 그게 이렇게 표출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니까. 어쨌거나 절대 다수의 팬들이 모르는 '서포트'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돌의 신체 일부를 사진으로 올려 놓은 뒤에 '우리끼리'라는 멘트를 달아 자기 인스타에 올린 홈마가 있었으며, 이것이 레오의 당일 팬싸 불참 및 여러가지 '정황 증거'가 겹쳐지면서 레오에게 직멘으로 '팬 차별 하는 가수 덕질 안한다.'는 저 '일부의 선언'까지 나왔다는 것. 이것이 내가 파악한 일련의 일들이다. 4 5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 합리적인 의심은 할 수 있다. 심지어 구글링으로 편린을 찾고, 그 편린을 이어서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이 객관적 합리성을 지니던, 지니지 않던 말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주체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이니까. 문제는 이 사건의 본질은 '홈마'와 '소속사'에 있다는 것. 6 피드백은 '홈마'와 '소속사'가 가릴 문제다. 왜 그걸 아티스트에게 푸냐는 것이다. 7
앞서서 '생산과 소비'의 관계에 대해서 말했다. 여기에 하나의 축을 더 보충해야겠다. 바로 '소속사'. 이 생산물을 시장에 내놓는 것도, 팬이 아이돌의 컨텐츠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모두 소속사를 거친다. '서포트'도 마찬가지고,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 팬들이 뛰어다니는 공방도 방송사와 소속사가 '협의'되어야 한다. 결국 모든 불만은 아티스트에 대한 '모든 불만'은 소속사에게 가는 것이 맞다. 물론 원인 제공자에게도 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이돌은 고객센터가 될 수 없다. 소속사와 아이돌의 관계에서 보자면 아이돌 마저도 '생산물'에 지나지 않으니까. 결국,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이돌에게 직멘 쏘아가며 불만거리 이야기 하는 것은 결국 기계가 안된다고 팡팡 기계 때리는 짓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돌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본인이 어떤 마음으로 돈을 썼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은 그야말로 '자기 사정'일 뿐이다. 왜냐? 이미 이 '아이돌과 팬'이라는 의사적 연애 관계에서 그러한 '투자'는 그들의 컨텐츠 - 극단적이긴 하겠지만, 그들의 외적인 모습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생활까지도 - 를 향유하기 위한 행동이니까. 말했지만 '아이돌과 팬'은 '컨텐츠 생산'과 '소비'라는 1대 1의 대응일 뿐이다. 그나마도 그건 '경제적 입장'에서다. 아까 했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돌과 팬은 절대 '1대 1'의 대응 관계를 맺을 수가 없다. 아이돌은 하나이고 팬은 다수니까. 그리고 그 관계의 확장은 어디까지나 '컨텐츠의 구매'와 '자기 욕구의 충족'이라는 1대 1의 대응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그 이상을 넘어가면 어느 쪽이든 '관념의 극대화'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아쉬운가? 별 수 없다. 그것이 '아이돌 산업'에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다.
그러니까 결론? 별것 없다. 탈덕 하려면 조용히 하시라. 본인이 투자한 금전이 어쩌고 시간이 어쩌고 할것 같으면 차라리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하시라. 고객센터도 아닌데 '너도 잘못이 있어!'라고 강변하며 본인이 짜맞춘 '개인의 팩트' 타령 좀 그만 하시고. 물론 그 '개인의 팩트'가 진짜 '팩트'가 된다면 그래 그때가 되면 나도 할말이 없겠으나,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은 그거다. 8
잡담)
1. 사실 이렇게 잘났다고 분석을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가 저렇게 쿨하게 굴 수 있느나면 그렇지는 않다. 애초에 문화 산업의 생산물이란 추상적인 충족을 위한 생산물이다보니 나도 감정적, 관념적 충족이 먼저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의 인간 관계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컨텐츠를 소비하며 자의적으로 그와의 관계성을 형성할 뿐이라는 것이지. 까놓고 말해서 몇몇 알계는 이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잘못했다 타령 하고 있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방송에서의 그 모습'도 '컨텐츠'고 그거에 대한 이미지 - 남친이니 뭐니 - 는 그저 당신의 '자의적 판단'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의사 관계에 대한 설정 자체도 잘못이라는 것.
2.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왜 '코어팬 부심'들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다.(...) 부리고 싶으면 젤피한테 부리라니까. 막말로 코어팬 부심들 부릴 것 같으면 생각하는 척 하고 알계 파지 말고 본인 본계정 까고 당당히 하시란 말이다. 그리고 단편적으로 근거 이어붙이지 말고 좀 전후 맥락 다 살펴서 - 물론 그 전후맥락이라는 것도 주로 정토끼에 대한 것이겠지만 - 좀 '풍부하게' 살려 오던가. 안그러면 이게 그냥 기레기들 이니셜 기사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심지어 차트아웃 얘기까지 들고 오는건 그건 그냥 협박으로 밖에 안보인다.(...) 9
3. 젤피는 그 따위 물건을 피드백이라고 디밀 생각이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ㅡㅡ 지난번 라비 기절 사건이나 이번 학연이 안무자 삭제 사건 등등 피드백이라는 게 원래 좀 개떡 같긴 한 걸로 아는데 이건 좀 심하지 않던가? 그따위로 공지 새로 해놓고 애들 영상 띄워서 '자 애들 보고 풀어'라니. 이게 대체 무슨 개떡 같은 행동이냐 말이다. + 그리고 제발 홈마 관리좀 잘해라. 갑질을 하라는게 아니라 사생 망붕은 알아서 걸러야 할거 아니냐.
4. 당당하게 잘난척 하며 분석은 해놨지만, 아직 '아이돌과 팬'의 관계에 대해서, 내가 내린 정의에 쉽게 수긍은 못하겠다. '익숙한 데 익숙해 지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스러운 일이다. 아까 보아하니 타돌 인터뷰 언급해가며 '사람에게 익숙해 지는 것'만 콕 짚어서 하지 말라-고 해놨는데 글쎄- 거기도 수긍 못하겠고.
5. 사실 빅스의 롱런 여부에 대해서는 나도 장담을 못하겠다. 작년 까지만 해도 빅스는 반드시 롱런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소속사의 케어에서도 벗어나고 있고 - 무엇보다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뒤에 숨으면서 팬들한테 갑질하는 미친 짓은 계속 한다는 것 - 자원입대로 시기를 맞추지 않는다면 산술적으로 최대 5년 정도의 공백이 생길 수 있으며, 당장 그 이전에 7년차 징크스도 있다는 것 정도랄까? 솔직히 그게 나도 제일 걱정이다.
덧) 글이 이해 안된다면 밑도 끝도 없이 논리 타령 하지말고 알려달라고 하세요. 불친절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물론 간단한 정의일 뿐이다. 엄밀히 말해서 소비·향유하는 쪽은 '대중'인 것이고 그 가운데 아이돌에게 좀 더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는 쪽이 팬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 [본문으로]
- 여기도 '이미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만, 앞쪽에 서술된 것이랑 중복되지 않기 위해서 '환상'으로 대체한다. [본문으로]
-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속칭 '망붕러'와 상통한다고 본다.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생팬'이란 아이돌의 사생활을 향유함으로써 본인과 아이돌의 관계성이 매우 특별하다는, 혹은 특별해 질 것이라는 '욕구의 충족'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기제는 결국 관계의 대상자와 형성하게 되는 아주 작은 접점을 갖고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련느 여지가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시'라는 기제가 합쳐지면 그게 바로 '망붕'인 것이다. [본문으로]
- 친목질, 혹은 팬차별이라는 단어로 정리되는. [본문으로]
- 사실 내 심정으로는 '팩트'라고 하고 싶다. 아, 한가지,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홈마가 주장한 '매니저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는 워딩에 대한 증거는 좀 필요할 것 같다. [본문으로]
- 앞뒤 맥 다 잘라먹고 있다는 측면에서 얼마나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껄껄. [본문으로]
- '자칭 피해자'들은 서포트 건에 대해서 '일반적 서포트와 다르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정황'일 뿐이다. 그러니까 '통상적인 서포트 행위는 A한데 이건 B하고 있으므로 서포트가 아니야.'수준. 물론 저 A의 사례를 좀 더 상세히 밝히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서포트 설' 자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 물론, 의사적 관계에서 그게 성립될지는 알아서 판단들 하시라. 덧붙여서 대다수는 그 '의사적 관계'라는 것도 잘못 파악하신거 같다만. [본문으로]
- 이 문제도 충분히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팬의 유입을 생각하지 않는 소속사의 홍보가 더 클 것이다. 애초에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다 주었던 이별공식 때부터도 대내외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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