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보면- 도대체 내가 트위터를 왜해서 저 병크를 눈 앞에서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된게 이놈의 팬덤은 주기적으로 SNS발 병크가 터지는지. 내가 아이돌 판게 처음이라 적응을 못하는건지, 아니면 모든 '팬덤'이라는게 이렇게 병크가 뻥뻥 터지는 곳인건지.
여하간- 어제(아니지 이제 12시 지났으니 그저께) 오래간만에 짤줍하러 트위터 들어갔더니 (남이 한) 묘한 리트윗을 발견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이 병크들.
예전에도 관련 내용을 썼었지만- 오늘은 좀 더 극단적으로 몇마디를 해야하겠다.
결국,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의사적 연애관계'이고, 이 '의사적 연애 관계'에서 '의사성'은 아이돌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에 대한 '환상'과 그 '환상'이 만들어낸 호감이 작용해 '구매'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요컨대- '아이돌'만이 아니라 '팬 자신의 자의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결국, 빠지는 것도 본인, 탈덕하는 것도 본인이라는 소리.
문제는 이걸 탈덕 할 때마다 뭐 때문에 실망했네 어쩌네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목격한 것은 아주 저열한 저격질에 불과한 - 그래놓고 자기들이 저격 당했다고 끼워맞춰 정신승리 하고 있는 꼴이란 (풉) - 배설들도 눈에 띄더라.
그래, 물론 그런건 있다. 어떤 상황이 끝나고보니 그 상황에서 겪었던 모든 것이 '희생'처럼 여겨지는 것.('여겨진다.'기 보다 정말 희생일 수는 있겠다. 문제는 그 희생이 정말 아이돌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본인 망상의 충족 - 정확히는 본인이 망상속에서 바라본 존재를 계속 향유하고 싶은 마음 - 을 위해서 했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구구절절 사연 늘어놔가며 씹는 것 까지는 이해한다.
근데- 최소한 모순은 보이지 말아야지. + 그리고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은 해야지.(하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면 그런 모순을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탈덕했으니까 신경 안씀"과 "근데 너네 잘되는 꼴은 못본다." 이 말의 모순을 정녕 모르는 건지. 어떤 사람들은 묻는다. '그럼 정치인 A를 지지 하지 않으면 비판도 못하나요?' 라고. 원, 이 사람들아.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어디 아이돌과 팬의 관계로 비정되는 것이던가 어디. 국가는 기본적으로 개인과 의무와 권리라는 것으로 '강제적 관계'가 맺어져 있는 것이고, 아이돌과 팬은 '개인이 자의저 판단에 의해 쓴 돈에의해서 결코 쌍방향적이지 않은 관계'인데.
이제 그들을 위해서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면 그냥 물러 가셔라. 되도않는 저열한 저격질로 '탈덕' 도피 그만하시고. 그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은 못 물러 가시겠는가? 근데 어쩌랴? 그 돈을 쓰고 시간을 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의 판단이었다. 당신들은 '아이돌'이라는 상품을, 그들이 내놓은 '컨텐츠'라는 상품을 사는 판단을 내린것이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우린 '허위 과장 광고'에 속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전에도 적었듯, 본인의 '확인 가능한 손해 규모'를 증명하고, 소송을 거시던가.(물론 소송 요건이 되는지는 알아서들 알아보시라.)
(아니다, 혹시 '불매운동'이랍시고 조직적 안티로 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들이 들인 시간과 돈 만큼, 다른 사람들도 시간과 돈을 쓴다는 것을, 그들이 쓰겠다는 의지를 당신들이 '이게 사실이야 빼액!'하면서 간섭할 권리 따위는 없다는 것 정도는 좀 파악하기를 바란다.
덧) 망붕이니 뭐니 따로 적지는 않았다. 솔직히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어서다. 내 전공은 역사학이다. '사실을 기록했다.'고 주장하는 각각의 편린들을 이어붙여 그 공백을 논리적 근거에 의해 추론하고, 그 의미를 증명하는 것이 내 업이다. 최소한 어떠한 일의 '실재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그 기록의 편린들이 '교차적으로' 들어 맞아야 한다. '가'와 '나의 대응이 아니라, 가-다, 나-라의 대응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들의 근거라는 것들 가운데 그런 '대응'을 통해 증명될만한게 없어보인다. 애초에 알계들마다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이 전부 개별 사건들이라서 그런 대응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도 있겠다. 그러니까 그 '개별 사건' 가운데 하나라도 '교차 검증'되는게 있어야지. 이 사람들아.
덧) 루머 가운데 또 심각한 문제가 겹치면서 눈덩이처럼 저격질이 늘어나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페미니즘'을 앞세워 '한남충'을 언급하는 예가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럴지 모른다. '너도 한남충이지?'라고. 글쎄- '한남충'이라는 말의 정당성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당신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 '의사적 연애 관계'라는 망상을 위해 돈주고 컨텐츠를 소비한다. 여기서 '소비 대상'만 다른 걸로 바꿔보자. 당신들이 그렇게 욕하는 '한남충'의 소비대상 말이다.
덧) 이 글은 수많은 아이돌 팬덤의 '의사적 연애 관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의사적 연애 관계'를 종결지을 때의 행태를 비판한 글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