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돌아가는 꼴이 거시기 해서 몇글자 적어야겠다.


  (언제나처럼 서두) 이것도 벌써 괘 오래전의 일이다. 국영방송 모 미니시리즈의 주연배우 A가 촬영 스텝이며 동료 배우 및 보조출연자가 모두 모여 있는 상황에서 촬영 현장에 나타지 않는 일이 있었다. 펑크가 난 것이다. 이 배우는 '몸이 아파서 그러니 나아지면 복귀하겠다.'고 말했으나 사건이 있던 다음날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후배들이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인터뷰를 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스케줄에 혹사를 당해야 하는 한국 드라마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행동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드라마 촬영'이라는 '노동 현장'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의 영위를 위한 '휴식 시간의 보장'과 같은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A는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한동안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그것은 A와 협업관계에 있던 수많은 동료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격무'라고 생각하는 그 '드라마 촬영'을 함께하는 이들이 본인과의 씬을 찍기 위해 나와 있는데 아무런 통보 없이 펑크를 낸 사건이 아니던가? 이런 경우, 개인의 '일탈적 행위' 보다는 사전 통보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갖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한다.(물론 당시 촬영장에 와 있던, 이제는 '원로급' 배우들의 경우, '우리 땐 그거보다 더했는데 뭘 그런걸 갖고 그러냐.'라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의 통보도 하지 않은 것보다야 이러한 충돌을 겪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여기는 노동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가 아니니 일단 여기까지.) 하지만 A는 '촬영 펑크'라는 개인적 일탈 행위를 택했고, 그 결과 '공론화를 통한 정당한 권리 주장'(설령 거기까지 가진 않았더라도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를 갖춘 정당한 권리 주장) 대신 '무개념'의 딱지가 찍혀야 했다.[각주:1]

  얼마전- 뮤지컬 햄릿의 공연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연달아 발생한 2회의 취소 공연은 켄이 주연으로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다. 처음엔 무대장치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중에 벌어진 것은 임금체불로 인한 '보이콧'이라는 것이 밝혀졌다.(사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임금체불로 인한 보이콧'도 확실한 오피셜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쨌든 다수에게 알려진 사실이니...)


  '임금체불'이 한국 뮤지컬게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병폐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언제고 터질 문제였던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2회, 연달아- 그것도 켄이 나오는 회차만을 택한듯 - 어제 회차는 또 공연을 했다고 하지 않던가? - 이어진 보이콧이 적잖이 팬들의 마음을 언짢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 가운데에는 나도 있다. '음모론' 따위 별로 주워 듣지도 않는 성격인데 오죽하면 나도 '이거 이재환, 빅스- 우습게 보고 이러는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을까? 문제는 이 것에 대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반응.


  '제작사에게로만 가야하는 비판의 화살이 당신들의 피해의식 때문에 분산되고 있지 않느냐?'라는 것.


  적어도 이 공연에서 켄을 비롯한 출연 배우와 스텝은 협업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본인들의 보이콧, 내지는 파업에 대해 '분명히 고지' 해야 한다. 고지가 되지 않았다면 주장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인데? 주장이 정당하면 그 과정도 정당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통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사실 햄릿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가운데 '정통 뮤지컬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나 '경멸해 마지 않는 아이돌 주연'이 겪은 일이기에 '어쩌다 보니'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 연기 진출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래서 엔이나 홍빈이 드라마 출연을 한것에 대해서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심기'를 이 블로그에도 몇차례 밝혔던 입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치 '협업관계의 선별적 선택' 처럼 보이는 보이콧 행태에 대해 그게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생각해 보라. 당신들이 애정해 마지 않는 뮤지컬 배우가 이러한 일을 겪게 되었다면 당신들은 과연 거기에다가도 '어쩌다 보니.'라고 대답할 생각인가?


  '내가 하는 일이 정의로운이 누구에게 어떤 피해가 가도 감수하라.'는 태도인 것인가? 아니면 '너네만 피해 당한거 아니고 뮤덕인 우리도 피해 당한건데 정의로운 주장을 위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라는 태도인가? 


  덧) 이 글은 햄릿 스텝의 '선택적 보이콧'을 전제하고 쓴 글입니다. 몇몇 측면에서 반론이 있긴 합니다만 - '켄 회차에 겹치는 다른 캐스트들 가운데 일부는 그 전후의 공연에 겹치고 있으므로 선택적 보이콧은 아니다.'와 같은. - , 귀신같이 켄 회차에만, 그것도 1차 취소 기준으로 더블캐스팅이 아닌 배역을 제외하고 전체 캐스팅이 바뀌는 그 시점에서 2회나 연달아 취소되고, 일부 겹치는 상태에서 주연이 바뀐 다른 회차에는 공연이 재개되었다가 다시 켄 회차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복합적인 이 상황에 대한 '효과적 반론'으로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애초에 파업 관련해서도 오피셜이 나온게 아니고요. 따라서 본 글의 전제는 '선택적 보이콧 가능성'을 전제해 두고 쓴 글임을 밝힙니다.

  1. 물론,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부조리에 대한 개인의 공론화'가 쉽게 받아들여질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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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蝟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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